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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UCC' 동영상으로 접근 '경계심 풀어'

【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백자연(29·여·가명)씨는 최근 장을 보러 집을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중년여성 두 명이 다가와 백씨의 팔을 붙잡으며 "어머니를 주제로 한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보고 소감문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백씨는 '동영상을 보고 감상문을 써달라는 것이려니…'하고 흔쾌히 승낙했다.

이 여성들은 재빨리 휴대용 동영상 재생기를 꺼냈고 기기에서는 '어머니 UCC'라는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동영상을 본 백씨는 사기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영상의 내용은 한 종교를 소개하는 내용이었고 이 여성들은 해당 교회의 신도였던 것이다.

백씨는 "동영상을 재생하기 전까지 교회의 'ㄱ'자도, 선교의 'ㅅ'자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효도 관련 동영상이라고 해 기꺼이 시간을 내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보니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종교 얘기도 일부러 꺼내지 않았던 것 같다"며 "낚인 것 같은 기분"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김중기(33·가명)씨도 백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주말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씨는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중년 여성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학생들이 만든 UCC가 있는데 보고 평가 좀 해달라"고 말을 붙였다.

김씨는 종교단체의 잦은 방문선교 때문에 그렇잖아도 신경이 곤두서있던 차여서 다짜고짜 "교회에서 나온거 아니죠"라며 "무슨 내용의 UCC인데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들은 "교회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UCC는 어머니에 관한 것"이라며 가방을 뒤적여 휴대용 동영상 재생기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들도 백씨가 만났던 사람들과 같은 종교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김씨는 "결국 성경이야기를 꺼내길래 '그게 무슨 어머니에 관한 UCC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기당한 느낌이었다"고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나왔냐고 물었을 때 떳떳하게 밝히지 않은 것에 더 화가난다"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역정을 냈다"고 말했다.

특정 종교단체의 선교수법이 '스마트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나 지하철역 등에서 "동영상을 보여주겠다"며 행인의 팔을 붙잡은 뒤 은근슬쩍 포교활동을 벌여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평일 퇴근시간대 도심 주요 지하철역 앞에서는 휴대용 동영상 재생기를 들고 시민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3~4명씩 짝을 지어 시민들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어머니에 관한 UCC를 보고 설문조사 좀 해달라"며 시민들에게 접근하곤 했다. 교회 이름이 적힌 어깨띠나 홍보전단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10명 중 한 명 꼴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설문조사는 종교가 있는지와 자신들의 종교에 대해 알고 있는지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후에는 어김없이 해당 종교 얘기가 나왔다. 결국 동영상과 설문조사, 소감문 등을 내세워 시민들에게 접근한 뒤 경계심이 풀리면 이내 종교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정모씨는 "낮에도 활동을 하지만 주로 사람이 많은 퇴근시간대에 지하철역 인근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며 "먼저 동영상을 보여준 다음 설문조사를 하고 이후에 성경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UCC를 활용하는 것은 대학생들이 낸 아이디어"라며 "아무래도 글보다는 영상메시지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이해시키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주부 장모(49·여)씨는 "처음엔 전자기기를 들고 있기에 영업사원인줄 알고 얘기를 들어봤다"며 "근데 동영상에서 하나님 얘기가 나오길래 바쁘다고 말하고는 손을 뿌리치고 왔다"고 말했다.

다른 종교가 있는 이모(26·여)씨는 "전에도 이들을 본적이 있어 선교활동을 하는지 미리 알고 있었다"며 "다른 종교를 믿고 있다고 말해도 자신들의 얘기만 늘어놓아 이젠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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